우리 사회는 정의롭고 공정한가에 대한 물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50~6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대한민국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정치로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한 상황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급기야 1960년 3월 15일 대통령 선거 시 개표 방법에 관여하는 등 부정 선거를 저지르기에 이른다. 그러자 학생들이 불의에 항의하기 시작하고 정부는 이들을 힘으로 억누른다. 이에 화가 난 시민들까지 합세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위는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대통령 직을 내려놓는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독재정치로 올바른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모습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초등학교 아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교 교실 내에서 벌어지는 힘을 가진 아이와 힘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폭력적이고 독재적인 권력의 남용과 굴욕적인 복종을 묘사함으로써 사회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었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초등학교 교실을 통해 본 그릇된 권력에 대한 욕망과 실체
5학년 한병태는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된다. 전학 간 첫날 학교의 초라한 모습과 선생님의 무관심에 실망한다. 전학 간 학급의 반장인 엄석대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특별하게 대하는 학생이었다. 한병태는 엄석대가 반장으로서 권력을 휘두르며 반 아이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엄석대가 누리는 권력의 부당함을 담임선생님에게 이야기하지만, 담임선생님은 한병태의 이야기를 듣고도 그런 엄석대의 행동을 모른척한다. 한병태는 이러한 교실의 모습을 부모님에게도 이야기해 보았다. 하지만 오히려 부모님은 전교 1등을 해서 엄석대처럼 힘을 키워보라고 충고한다. 한편 한병태를 향한 엄석대의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진다. 한병태는 엄석대가 만든 권력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만, 한편으론 엄석대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소외감에 힘들어한다. 엄석대가 정한 규칙에 따르는 것이 비굴한 복종이라는 건 알지만 한편으론 권력자의 그늘 아래서 평온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유리창 청소 사건을 계기로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복종하게 된다. 6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엄석대가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시험지를 바꿔 1등을 해온 사실을 밝혀낸다. 반 아이들은 선생님께 그동안의 엄석대의 비리를 샅샅이 고발하고,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한병태는 반발감을 느낀다. 엄석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를 떠나게 되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있는 반은 민주적인 학급이 된다. 십 년 뒤 한병태는 우연히 경찰에게 붙잡힌 엄석대의 초라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게 된다.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인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잘못된 권력이 생기고 무너지는 현실을 초등학교 아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릇된 권력을 지닌 반장 엄석대, 처음엔 저항해 보지만 끝내 잘못된 권력에 무릎 꿇고 마는 한병태, 그리고 권력의 부당함조차 깨닫지 못하는 무지한 반 아이들을 통해 그 시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그릇된 힘에 굴복하거나 자신의 몫을 빼앗기면서도 부당함조차 깨닫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권력 남용, 잘못된 정치 등의 문제가 보도되는 뉴스나 기사도 많이 접할 수 있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릇된 권력을 휘두르는 엄석대도, 그런 엄석대의 뜻대로 움직이는 무지한 반 아이들도 될 수 있다. 또한 잘못된 현실을 방관하는 5학년 담임 선생님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불편함을 견디고 부조리함을 깨부수려 하는 6학년 선생님도 될 수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항상 권력이 그릇된 방향으로 사용되어 부정을 저지르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옳지 못한 방향으로 사용되는 권력 그 자체도 당연히 문제지만, 생각 없이 이를 따르는 사람들도 문제임을 깨닫고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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