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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작가/줄거리/인물/서평]역사에 외면 당했던 재일조선인들의 대서사극

by 크레이아이어스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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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작가 이민진

 

작가 이민진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건너가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 속에서 살아온 작가는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역사의 흐름 속에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작품으로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의 대를 잇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였으며,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건강 문제로 변호사를 그만두고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인 집필을 시작하였다.

 

2008년 미국 이민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와 취재 끝에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친코를 완성하였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흐름 속에서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하였다. 뉴욕타임스,  BBC, 아마존 등 80여 개의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30여 개국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열렬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세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줄거리

 

일제강점기 조선, 부산의 끝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 영도에서 양진과 훈이는 하숙집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불구의 몸에 고된 삶이지만 훈이는 어렵게 얻은 외동딸 선자를 애지중지 기른다. 훈이가 결핵에 걸려 일찍 세상을 떠난 후에도 양진은 선자와 함께 하숙집을 꾸려나간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선자는 장에 다녀오던 중 일본학생들에게 큰 봉변을 당할 뻔하였으나 일본에서 온 생선 중개상 고한수에게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긴다. 그와 사랑에 빠진 선자는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선자는 그가 오사카에 아내와 두 딸을 둔 유부남임을 알고 매몰차게 이별을 선언한다. 한편 목회활동을 위해 오사카로 가던 목사 이삭은 병약한 몸으로 인해 결핵에 걸려 선자네 하숙집에 머물며 신세를 지게 된다. 선자의 임신 사실과 사정을 알게 된 백이삭은 선자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겨 청혼하고, 선자는 이삭과 결혼 후 이삭과 함께 오사카로 넘어간다.

 

오사카에서 선자는 이삭의 형 요셉과 그의 아내 경희의 집에서 머물며 첫째 아들 노아를 낳는다. 오사카에서 삶은 고되었지만 현실에 적응하며 꿋꿋이 버텨나가던 중 이삭은 교인의 신사참배문제로 구치소에 갇히게 되고,  선자는 둘째 아들 모자수를 낳는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은 선자는 두 아이를 기르며 고된 삶을 꿋꿋이 버텨나간다.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인 노아와 모자수는 일본인들의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한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었던 노아는 와세다대학교에 진학하였으나, 자신의 친부가 이삭이 아닌 고한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충격에 빠져 자취를 감춘다. 모자수는 학교를 그만두고 파친코 사장 밑에서 일을 배워 많은 돈을 벌게 된다. 파친코는 일본을 배경으로 양진에서 선자, 모자수, 솔로몬까지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다. 

 

주요 인물

선자

1910년대 조선, 부산의 끝에 있는 작은 섬 영도에서 하숙집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 선자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솔직한 소녀로 자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해 나가던 선자는 생선중개인 고한수의 아이를 갖게 되고, 개신교 목사 이삭을 따라 일본 오사카로 가게 된다.


고한수

제주도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오사카로 건너간다. 사리 판단이 빠르고 영리한 그는 일본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게 되고, 큰 부를 얻게 된다. 생선 중개상으로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다 장에 나온 선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삭

평양의 유복한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여유롭고 따뜻한 성격의 목사가 된 그는 형 요셉이 살고 있는 오사카로 가던 도중 선자네 하숙집에 잠시 묵으려다 결핵으로 쓰러진다. 이후 양진과 선자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고 선자와 함께 오사카로 건너간다.


양진

선자의 어머니로 영도의 가난한 집 막내딸로 태어나 훈이와 중매결혼한 후 평생 쉼 없이 일했다. 네 번의 출산 끝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 선자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한다.

 

서평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의 작은 섬 영도에서 시작해 버블경제 절정에 이르렀던 1989년 일본까지, 100년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본에서 선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조선인이자 여성으로서 차별과 멸시를 당한다.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선자의 삶은 고되고 지난하다. 소설 속에서 선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선자네 가족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남북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자이니치라 불렸던 재일 조선인의 삶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파친코는 바보 같은 게임이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작가는 책의 제목이 파친코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파친코는 도박과 같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뜻함과 동시에, 혐오와 편견으로 가득한 타향에서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써 파친코 사업을 선택해야 했던 재일조선인들의 비극적 삶을 상징한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영원한 이방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고달픈 이민자의 삶을 작가 특유의 통찰력과 공감 어린 시선으로 다루었다. 역사, 가족, 집, 사랑, 상실, 돈과 같은 인생의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조용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파친코》는, 세대와 문화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힘을 증명해 보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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