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따뜻한 공간, 휴남동 서점
후미진 동네 골목길에 지극히 평범한 작은 서점이 들어선다. 새로 생긴 서점을 발견한 동네 사람들은 반가운 마음에 서점으로 들어가 본다. 하지만 어디가 아픈 듯하고 우울해 보이는 주인이 있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은 아니다. 서점의 주인인 영주는 손님이 와도 맞이할 생각도 하지 않고 책만 읽고 있다. 직장에서 잘 나가던 영주는 자신과 비슷한 창인을 만나 결혼하다. 그리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욱더 일에 매진하던 어느 날 갑자기 끝없는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하려 집을 나서던 영주는 심한 우울감에 현관문을 넘어 출근할 수 없어진다. 그러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창인과 헤어지고 남은 정신을 끌어 모아 서점을 차린다. 영주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드문드문 오는 손님을 맞는다. 그렇게 보내기를 몇 달,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울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이 마음이 꽤 건강해졌음을 깨닫는다. 그제야 영주는 휴남동 서점을 조금씩 돌보기 시작한다. 반이상 비워져 있던 책장도 채우고, 커피를 내릴 바리스타도 채용한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휴남동 서점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바리스타 알바를 시작한 민준, 남편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원두 로스팅 업체 대표 지미,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고등학생 민철, 그리고 그런 아들이 걱정되지만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희주, 매일 서점에 출근하여 구석에 앉아 조용히 뜨개질과 명상을 하는 정서, 어느 날 문득 공허해진 삶을 채우려 한국어 문장 공부를 시작한 작가 승우. 책도 늘고, 독서 모임, 글쓰기 강의 등도 시작되면서 휴남동 서점은 점점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어 간다. 그리고 휴남동 서점에 모인 이들의 아픈 마음도 점점 건강해진다.
지친 삶에 잔잔한 위로를 주는 선물 같은 책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작은 동네 서점에 모여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천천히 자신들의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평범한 사람들인 만큼 그들의 상처는 바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매우 비슷하다. 그렇기에 그들이 나누는 우정, 부담스럽지 않은 느슨한 연대감, 그리고 그들이 주고받는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상처도 치유됨을 느낄 수 있다. 삶을 이해한 작가의 깊이 있는 문장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소설 속 세계를 만들어 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마주친 문제, 내가 받은 상처들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불행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의 삶 속에 있을 수 있는 견뎌낼 수 있을 만큼의 무게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실제로 내 주변에도 이런 서점이,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지친 우리에게 잔잔한 공감과 위로를 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삶을 깊이 이해한 작가가 쓴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네이버의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이다. 이후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에 공개된 후 많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종이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책이다. 자극적인 소재와 극적인 반전 설정으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된 책도 아닌데 이 소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소설이 우리가 살면서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쉼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바쁘게 살아간다. 특히나 좁은 땅덩어리에서 더욱더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 한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쉼 없이 달려야 한다.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더 넓은 집을 사기 위해 자식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그렇게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은 숨통 트이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지치지 않고 나 자신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면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와 같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인상 깊은 독자평 중에 삶을 깊이 이해한 작가가 쓴 소설이 분명하다는 평이 있었다.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한 독자평이라고 생각한다. 이 서점에 발을 들이는 모든 사람이 이전과는 다른 충만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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